
영화 반도.
다들 망작이라고 욕하는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마지막 부분에 신파 부분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정도 신파가 무슨 대수라고.
이 영화는 단순한 좀비액션무비가 아니다.
좀비는 그냥 소재일 뿐.
인생에 대한 매우 뾰족한 화두를 던져주는 수작이다.
((여기부터 스포가 들어가니, 스포당하기 싫으면 뒤로 가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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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일행은 좀비투성이의 서울에서 달러가 가득 들어있는 돈가방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보상도 두둑하게 받고 비참했던 피란민 생활도 나아질 수 있을거였다.
순조로울 줄 알았던 돈가방 작전은 서울에서 4년간 생존해온 불한당 집단들 때문에 위기에 빠진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생존자들에게 도움을 받고, 이전에 외면했던 그 아이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주인공은 아이들도 구해낼 결심을 한다.
4년이나 좀비투성이인 서울에서 생존해 낸 군인잔당들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었고, 좀비만큼이나 야만적이었다.
목숨을 건 탈출작전.
불한당이나 다름없는 군인잔당들을 따돌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군인잔당들은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그것은 주인공들이 군인들보다 강해서가 아니었다.
군인잔당들이 인간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


야만적인 군인잔당놈들을 따돌리고(거의 좀비에게 당함) 겨우 인천항에 도착.
이제 조금만 더 가서 뜡국놈들 배에 오르면 다 살 수 있다. ((뜡국놈 믿지마!!!)
그런 찰나에 군인잔당놈들의 지도자였던 서대위놈이 어떻게 안죽고 쫓아와서는 트럭을 탈취해간다.
완전 허탈.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물론 이게 영화라고 생각해보면 다들 '뭐 주인공이니 살겠지!!' 라고 생각할테지만,
생각해보라.
우리 삶에서, 우리 주변인들의 삶에서, 우리 역사에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가.
기껏 열심히 목표를 향해, 아등바등 도달했는데
타인에 의해 그 결과물을 뺴앗기고 허탈해지는 상황.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매우 중요한 일 까지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그들은 진짜 내거 가져가서 잘 먹고 잘살았어요?
반도의 악당들을 보자.

배에 들어와서, 이제 자기는 살았다고. 서대위는 안도한다.
다 죽고 나만 살아남으면 장땡이지.
이 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역시 잘났어.
나는 역시 살아야 할 사람.
나는 역시 운도 좋아.
역시 하늘은 내 편이야.
이런 생각들 말이다.

그러나.
돈가방 확인한 뜡귁놈들은 서대위한테 총질을 해 버린다. 으힉으힉~!!
((빌런인데도 뜡귁놈한테 죽으니까 막 기분 나빠~~!!))
악인은 악인이 벌한다. 이런건가.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막 그러잖아. Un diavolo scaccia l'altro~!! (악마가 악마를 몰아낸다!)
암튼, 근데 그래도 뜡귁놈들이 위너란 생각에 막 뭔가 허탈하고
저 서대위 짜식 등신새퀴.. 이런 욕이 튀어나올까 말까할 때,
서대위는 죽어도 그냥 안죽는다.
트럭을 후진해서 배 입구를 열어버린 것이다.

아. 그래.
난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서대위가 후진하여 열린 입구로 죰비님들이 마구 입장하시는 장면.
뜡귁놈들도 결국 인간성을 버린 댓가를 치르게 된다.
값을 치르는 장면을 보는 것은
수학문제의 정답이 구해지는 것 같은 통쾌함을 준다.
사실 영화 '반도'는 이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것이다.
야만의 고리가 결국 어떤 종말을 맞는지에 대해서
아주 경쾌하게 풀어낸 것.
그 뒤의 신파 어쩌구는 영화를 암튼 끝맺어야 하니까 집어넣은 것이고 말이다.
인기가요의 유명한 후렴구가 그 노래의 핵심인 것 처럼,
이 영화에서도 이 장면이 핵심이고,
인생에서의 정말 큰 화두를 던져주었기에
나는 이 영화가 꽤나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불의를 보면서,
인간성을 버린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세상을 보면서
그 때문에 우리 앞에 또 다시 험난한 길이 펼쳐저서
그것을 어떻게 견뎌내어야 하나 막막할 때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영화 '반도'를 떠올린다.
만일 서대위가 그 트럭을 탈취해가지 않았다면
주인공 일행은 배 안에서 끔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자애들은 살려줬더라도 또 다른 지옥을 봤을 테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저 트럭을 가지고 항구로 가는 것이 제일의 목표인줄 알았으나
사실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때로 좌절하고 때로 용기를 내고
그 목표만 이룬다면 다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목표라는 것은,
특히 그 목표가 물질이나 권력 같은 것이라면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잃지 않는 것이다.